본문 바로가기

생일

2015/09/29

9월 25일 오전 9시 즈음.
생일이 가을인 것이 너무나 좋다.
기억해 보면 항상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했고 지나갔거나 다가오거나 당일인 추석 명절이기도 하니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
좋아하는 계절 바람이 불어올 때 부터 마음은 콩콩콩. 아, 생일이 다가오는 구나 또 콩콩콩.
솔직히 생일이라고 일상에서 달라지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혼자 설레는 마음.

결혼하고 첫 생일이니 무언가 다르겠구나 생각해주던 가족, 친구들의 기대를 깨고
우린 평범하게 축하했다. 
사실 추석이라 시댁에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 아니었으면 다른 계획을 세우기도 했겠지만 이래 저래 머리 굴려도 안되겠드라.

12시가 땡 한 순간 우린 영화관에 있었다.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인턴’을 보던 중 귀에 대고 ‘생일 축하 해’ 말해주는 남편. 
질세라 울리는 이모와 정하의 카톡 메시지. 
아, 내 생일이다.

집에 돌아와선 구우랑 오빠랑 셋이 단란하게 생일케익에 과자 늘어 놓고 축하하며 춤도 추고 소원도 빌고.
그렇게 결혼하고 첫 생일을 맞았다.
차서방의 재롱에 즐겁게 웃고 이야기하다 결국은 앞으로의 우리에 대해 걱정어린 진지함으로 마무리 됐지만. 아직 우린 젊기에에. 뭐 잘 될 거라는 차긍정의 기운을 받고 마무리.

해가 중천에 뜨고 나도 눈을 떴더니 역시 날씨는 좋고.
기분 좋은 친구, 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 웃음이 난다.
해가 지날 수록 축하해 주는 사람이 적어지고 달라지기도 하지만 이제 이해한다. 
나도 그런 걸. 앞으로의 관계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 되어 버렸다.

 

32살이 아닌 초딩 생일상 같은. 
내 취향의 과자들, 케이크와 탄산수 ㅋㅋㅋㅋ 샴폐인 따긴 했지만 반잔도 못마심.
제일 좋아하는 칸쵸는 저렇게 가지런하게 두는 차서방의 센스. 

IMG_2782

IMG_2785

 

누나야, 생일 겁나 축하한디!!!!! 

IMG_2786

 

 

생일엔 맛있는 거 먹는 날이지!!!
손 꼭 잡고 딩가딩가 배도 채우고
인형뽑기 성공한 오빠 큰 소리 치게도 해주고 
우리가 좋아하는 한강 산책도 하고.

진짜 건강해보인다는 말과 함께 이 날은 군말 없이 사진 찍어줬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돼지야. 이 말은 보너스.

IMG_2797

IMG_2798

IMG_2802

IMG_2803

IMG_2811

 

먹느라 흥분했는지 사진은 흔들렸고
이게 찍은 전부다. 맛있는 거 많았는데.

 

IMG_2818

IMG_2819

 

호잇! 허잇! 

IMG_2823

IMG_2826

 

니가 망고스틴이여?
기억해뒀다가 방콕에서 엄청 먹어주게쓰.

IMG_2828

 

귀엽다고 달라 붙어있으면
이렇게 2번만에 뽑아준다. 
이런 운은 좋은데 왜 로또는 맨날… 

IMG_2834

 

너무 배불러서 걷고 걷다 한강까지 왔네.
부산이 고향이고 해운대에서 자란 오빠는 한강만 보면 핏핏 거리지만,
나한텐 이 한강이 참 고맙다. 
서울에서 가슴 뚫리고 싶을 땐 이만한 것도 없지. 

바람 쐬고 싶을 때 한강을 먼저 찾는 오빠는 이제 서울사람 다 되었는가봉가.

IMG_2855

 

아따 다리아프다. 고마 집에 가자.

IMG_2842

 

거창하게 보내지 않아도 차서방이 있어 좋은 날.
곁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인생의 바람이 달라지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근데,
대체 편지는 어디에 숨었기에 추석이 지나도록 찾을 수가 없는가? 응?? 그나 안그나 부그나! 

숙제검사는 계속된다 쭈욱. 킬킬킬킬.

 

 

 

내년 생일도 오늘만 같아라! 

 

 

댓글 쓰기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