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동안 당근에 빠져있었다.
가족 외 사람에게 ‘당근이세요?’ 이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처음엔 이게 뭐라고 너무 긴장되고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지 걱정도 됐는데
근처에 가니 내가 만날 사람이 저 분이구나 너무나 잘 보이고
서로 두리번 거리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스크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중고나라는 뭔가 부담스러운데
당근은 동네 주민이라는 친근감이 더해지니
내가 쓰지도 않는데 조금 더 저렴하게 내놓자 생각하게 되고
직거래할 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친절하게 인사하고 때론 육아 이야기 한 판 하고 빠이 한다.
하지만 모두가 같을 수는 없는 법.
채팅으로 힘 다 빼놓고 대답 없거나 막상 만났는데 안산다고 돌아서거나 이미 할인된 가격인데 더 깎아달라고 하면 내가 왜이러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모르는 사이에 지켜야 하는 암묵적 예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마음 상할 땐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걸 참는다.
오늘도 예의 없는 토끼에게 당했다.
당근 듬뿍 넣고 카레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