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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2020/12/31

글을 쓴다.

겨울쯤이면 괜찮겠지 기대를 걸었던 코로나는 보란 듯 등을 돌려 매일을 살 떨리게 하고
그런 코로나를 비웃듯 산으로 바다로 다니는 사람들은 치가 떨리고.
매일 걱정과 불안을 품고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

오늘 무슨 얘길 하다가,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아 나는 우아하고 예쁘게 늙고 싶어. 치매도 안 걸리고.

니가 늙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
오빠가 말한다.

티는 안 났겠지만 그냥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그것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신기한 변화,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있다.
내일모레면 한 살 더 먹는 거에 대한 아쉬움도 별 감정도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모습이 달라지는 건 마음이 아리다.
달라진 모습에 지난 세월이 담겨 있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그런 것 같다.
오빠도 나랑 같은 마음에 한 말이겠지.

 

언젠가 주환이랑 놀다가 뭐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참은 적이 있다.
엄마 왜? 묻는 애 앞에서 그냥 여기서 뭐가 올라와서 그랬어. 하고 가슴을 탁탁 쳤다.
“엄마, 그럴 땐 그냥 꿀꺽 삼키면 되는 거야. 주환이도 그랬어.”
응. 엄마 방금 꿀꺽 삼켰어. 잘했지?
“그런데 너무 많이 삼키면 여기가 아프니까 조심해에.”
응.

주환이가 내 나이쯤 됐을 때
그래도 내 눈엔 아이 같으려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유일하게 슬프지 않을 사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