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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질문

2023/12/04

7세가 되니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컸다.

요즘은 요것이 나한테 그렇게 물음표를 던지는데
질문들이 순간의 위트로 웃어 넘기기에 적당치 않은 것들이라
나도 순간 생각을 깊게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질문이 시작이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그런 순간은 확실히 좋다.

보통은 화장대에 붙어있는 나와 나의 엄마, 아빠, 오빠의 오래된 사진을 보고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엄마의 아빠랑 친했어?”

친하다라.. 그게 어떤 정의인지 부녀간의 관계에서 정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지금 너와 아빠, 너와 엄마의 관계보다는 덜했지. 응 그러니까..별로?

“그럼 엄마가 아빠한테 놀자고 하면 뭐라고 했어?

글쎄..내가 아빠한테 놀자고 한 적이 있는지부터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잘 생각이 안 나네?
사실 아빠와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손에 꼽을 만큼이었던 것 같아.

“그렇구나. 엄마의 아빠는 많이 바빴나 보구나? 우리 아빠는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주환이랑 많이 놀 수 있는데.”

그렇..겠지? 새벽 5시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셨으니까.
아 딱 한 번 아빠가 나를 어린이대공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어.
그러니까..단 둘은 아니고 엄마의 친한 친구 한 명과 같이말야.
사진을 보고 기억하는 건지 진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친구랑 놀이기구를 탈 때 아빠가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던 모습이 생각나.

“엄마는 7살 때 행복했어?”

풉. 궁금해? 왜 7살 때 행복했냐고 하는 거야? 주환이가 7살이라서?
으흠 말이 되는 거 같네.
사실 생각이 잘 안나지만 행복..했겠지? 어린이는 노는 게 일인데 엄마도 많이 놀았으니까.

“주환이는 지금 행복해. 엄마 사랑해.”

얘는 뭘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와서는..울리고 그러냐.

“근데 아빠는 엄마의 아빠랑 친했나 봐!”

응? 왜 그렇게 생각해?
외할아버지는 주환이가 1살 때 돌아가셔서 너는 전혀 기억이 없을 텐데?

“이거 봐! 아빠랑 엄마의 아빠가 꼭 안고 있잖아? 친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지!”

한참 웃다가 얘기했다.
응 주환아. 엄마의 아빠는 아빠를 참 좋아했어.
엄마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줄 만큼.
생각하면 지금도 코가 시릴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