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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2012/08/10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면 반드시 사고를 친다.
여름 그늘에서 수박을 쪼개고 삼겹살이나 구워먹는 게 잘 쉬는 게 아니다.
책 한 권을 손에 들자.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 어디로 갈 것인지, 왜 사는지,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잘 쉬면, 습관적으로 살던 삶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중에 한 부분-

 

몸이 쉴 때보다 머리가 쉴 때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체력장 계주 한 마냥 쩔어 있는 상태에서 쉬어도 걱정거리 고민거리는 당최 껌딱지처럼 달라 붙어서 몸의 쉬는 시간을 침범한다. 마치..샴쌍둥이처럼 쉬고 있는 이미송1호를 이미송2호가 막 깨워서 니가 지금 이렇게 노곤하게 풀어져 있을때라고 생각하느냐. 호통치는 듯.
몸과 마음 머리 세트바리로 좀 쉬고 싶다. 요즘 머릿속은 온통 30303030303030.

서른, 막상 닥치면 그래? 아무것도 아니게 넘겨버릴거면서 역시나 설레발 쩐다.
시기적절하게 아홉수 때려맞춰 오는 불안한 일들과 해결할 수 없고 될 수 없는 일들이 넘사벽으로 몰려온 탓에 다가오는 삼십이 기대가 좀 되기도 하지만.

 

 

서른이 되면,

우선 차 한대는 끌고 다닐 줄 알았다.

회사에서 능력 인정받는 엄청 잘 나가는 여자일 줄 알았다.

내가 그랬듯, 날 똘망한 눈초리로 따르는 후배가 여럿 있을 줄 알았다.

눈물 나오기 직전 콧잔등만 찡긋거려도 달려 올 남자는 있을 줄 알았다.

결혼을 못했다면 독립해서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오피스텔녀가 될 줄 알았다.

카드 3장 정도는 굴리면서 자금 걱정 없이 펑펑 잘 먹고 잘 싸돌아다닐 줄 알았다.

 

…현실은 말이다.
넉 달 후면 30살 잡숴먹는 내 현실은 말야.

 

차? 서울 시민의 발,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외우고 다니지.

회사에서 잘 나가긴 한다. 어깨 좁고 머리 큰 애로. 능력은 아직 사회 초년생.

날 따르다 이 산이 아닌개벼, 할 일 있나. 없다.

콧잔등 찡긋은 무슨,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으로 대성 통곡 해야 하더라.

독립은 고사하고, 아직 서울 집값 시세에도 무지하여 엄마 아버지 슬하 하에 폐 끼치고 있다.

카드3장? 한 장 굴리는 것도 버거워서 월급날마다 카드느님께 퍼가요 당한다.

 

이상은 이상일 뿐.
어릴 땐 지금 내 나이 즈음 되는 선배들이 참 높아 보였는데. 이거 참 쑥쓰럽구마.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읭?

김광석아저씨 서른즈음에 아저씬 저런 감정이었나요.
하나씩 버리고 하나씩 채워가는 연습을 해 가야겠네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왜 사는지,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고민해도 지구 백바퀴를 돌 정도로 힘든 쉼이 될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정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쨔쟌 빠라밤..왔으면 좋겄다.

간만에 오글거리는 푸념. 그것도 대광장 같은 사무실 한 복판 자리에서 말야.

 

 

오늘의 짤은 작년 휴가 때 붕붕이 사진.
바람 쐬러 가고 싶다.

휴가붕붕

나는 대두다 어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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