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고 가는 커플의 이야기에 귀가 당나귀처럼 커져 있었다.
뭐 대충 정리하자면, 여자가 남친에게 이렇게 생긴거 사와- 라고 했는데 무딘 남친이 정말 ‘이렇게’만 생긴 걸 사와서 짜증이 난 어투로 몰아 붙이는 중. 여자는 모름지기 ‘이렇게’에 ‘저렇게’ 생긴 플라스 알파적 디테일도 있어야 한다. (그런걸 센스라고 한답니다 남아님들)
여튼 여자는 짜증이 나서 남친이 사온 그것들을 늘어 놓으며 “아 진짜 이게뭐야, 촌스러워 개나줘!” 라고 웃으면서 짜증은 빼놓지 않고 그 찰나에 귀여운 이쁜척도 빼놓지 않고..승질을 낸다.
아, 듣는데 갑자기 나도 짜증이 났다.
언제부턴가 ‘개’라는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집 ‘공주’가 떠오르는 나머지, 왜 자기들이 싫은 걸 우리 공주나 주래. 귀여운 공주가 뭔 잘못이야. 쓰다 만 허접떼기들은 다 공주나 주라 이거야???
뭐 격한 감정이입이긴 하나..
‘고양이나 줘!’
‘다람쥐나 줘!’
‘수달이나 줘!’
‘원숭이나 줘!’
‘망둥이나 줘!’
뭐 많잖아?
왜 욕에도 좋지 않은 어감에도 항상 ‘개’가 희생되는 건지.
하긴, 뭐 감정의 격함이 드러나 보이려면 ‘개’만한 첨가어만한게 없긴 하지.
그렇자네,
“이게 어디서 수달 수작이야!”
“이런 망둥이색히를 봤나, 어디서 굴러들어온 원숭이뼉다귀가 설쳐 설치긴!”
“아, 오늘 날씨 진짜 고양이덥네.”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래, 역시 모든 거엔 이유가 있다.
살짝 삼천포)
아 우리 공주 살빼야하는데.
토이 푸들인데 어디 양새끼마냥 굴러다닌다.
그래도 내 눈엔 귀엽지만, 우리집 식구들은 서로 동물병원 가길 꺼린다.
가면 진짜 열라 혼나거든.
진짜 선비같이 착하게 생긴 의사 선생님이 그 작은 눈을 아래 위로 굴리시며,
“공주를 위한 진정한 선행의 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로 서두를 시작하여..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게 만드니까 히히히
…
여기서 개구멍은 이상하다..
마무리도 뭔가 이상하다.
뭐 어쨌든,
오늘 날씨 개 이상하네.
양이 된 공주.
얘야, 잊지 말아라.
넌 토이 푸들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