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엄마의 카톡이 울리는 정확한 타이밍

2012/10/17

세상이 흉흉해서, 어두운 밤길 딸래미 잘 오고 있나 걱정하는 아부지.
그래서 12시 땡(요즘은 11시에도 막)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받을 때 까지.
미친듯이.

화장실이건 택시 안이건 사무실이건 놀고자빠졌을 때건,
바로 받아 안심시켜드려야 휴대폰 너머로 흐어이히이이잉 걱정하시는 잔소리 조금 하시고 전활 끊으신다.

하루에 한 번 목소리 듣기도 어려웠는데
어떨 땐 일주일 내내 꼬박 꼬박 아부지랑 통화한다.
뭐 맨날 늦게 기어들어갔딴 말이지.

이건 아부지의 전화벨이 울리는 정확한 타이밍이고.
엄마의 경우는 다르다.

뜬금 없이 퇴근시간 훠얼씬 전에도 난데 없는 갈매기와 함께
언제와? 일 잘하고 있니? 어디쯤이야? 오늘은 늦나?
등등 사용 가능한 귀여운 이모티콘을 활용한 카톡이 땃땃땃 울린다.

처음엔
늦어. 새삼스레 무슨. 아직 사무실인데? 오늘도 늦지. 등
꼬박꼬박 착하게 답톡 했는데,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엄마는 어서와~ 하며 꼭 내 두 손을 보신다.

“빈 손이야?”
“응? 그럼?”
“아냐…너 기다리다가 그냥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오이 먹었떠.”
“…에?”

생각해보니.
일 하시느라 나보다 바쁜 엄마가 짬 내어 전화하거나 카톡할 때가 거의 없는데,
유독 나보다 일찍 오셔서 티비보며 헤헤 하실 때나, 한가한 주말, 야식이 생각나는 출출한 시간 쯔음엔
항상 카톡에서 딸의 이름을 찾으셨던 것이 떠올랐다.
까까나 아스크림, 빵 등 우리집 군것질이 떨어졌을 때 싸인을 준 것인게지.
처음엔 그냥 사오라고 말을 하지, 뭘 이제껏 기다리고 있어. 말하고 바로 내려가서 사오곤 했는데,
요즘엔 까까가 떨어질 때 쯔음 알아서 충전해 놓는다.

이렇게. 알록달록. 다양한 종목으로. 꽉꽉.

냉동실 만원이요까까 풍년

 
어렸을 때 아부지나 엄마가 회사에서 돌아오실 시간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문에 나가 다녀오셨어요! 외쳐대고 바로 봉다리를 확인했던 때가 생각난다. 아부지는 꼭 사또밥 하나라도 손에 들고 오셨고, 엄만 집에서 분명 밥도 안챙겨먹고 퍼질러 있을 우리 생각에 사무실에서 시켜 드시고 남은 족발, 치킨, 피자 등 요기 꺼리들을 바리바리 싸오셨다. 별 거 아닌 거에도 그냥 기분이 좋아서 봉다리 풀어놓고 먹고 웃고 떠들었는데.
머리 커서 여기저기 쏘다니며 맛난 거 주워먹고 다니면서, 집엔 과자 부스러기 하나 안 들고 갔던 나도 참 그렇다. 내가 맛있는 건 엄마 아부지한테도 맛있을 텐데.

요즘들어 달달한 군것질에 꽂혀 계시는 두 분, 당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엄마 카톡 울리기 전에 종목대로 빵빵하게 채워 둬야겠다.

주말에 저렇게 사다 놓고 엄마한테 먼저 카톡 날렸더만.
날아오는 단 한마디.

“우와!!!!!”

내 끊이지 않는 군것질 취향은 엄마 닮았나 봐.
이 시간에 호빵 먹고 싶다.

 

댓글 쓰기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