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여행은 없어.
그 곳에서의 좋은 기억을 골라서 데리고 오는 거지.
파타야 첫 날 실망감이 너무 강해서 이래도 저래도 툴툴 거렸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바다를 내려다 보니 참 나도 인간이구나 싶다.
바다 보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서 온 곳인데
그 잠시 동안의 생각이 좋았던 기억을 덮어 버리고 문을 닫아 버리다니.
그래 이긍정 차긍정 남은 날들 잘 쉬고 가자.
이렇게 다짐을 하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 갔는데.
아 놔 이 씨.
누가 케이프다라 가자고 했어!!
진짜 중곡동 제일시장인 줄.
그 넓은 레스토랑에 빽빽히 들어찬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음식은 5천원 한식부페 문 닫을 시간에 가서 먹을 것 없나 기웃 거려야 하는 수준에
누가 들어왔는지 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같이 정신없어 하는 직원들.
난 조식 보고 호텔 오는데..
과일도 미지근하고 좋아하는 오믈렛도 맛없고.
수코타이에서는 (자꾸 말하게 되네 ㅋㅋㅋ) 5접시까지 먹어서 오빠가 진짜 어이없어 했는데.
여기선 커피 반 잔, 과일 한 조각, 기름진 크로아상 한 개, 오믈렛 반 개가 끝.
흑 실망이야 조식 너 ㅠㅠ
올라오면서도 계속 으악악 거렸더니 오빠가 웃는다.
그래 나란 여자 웃기지. 나도 가끔 그래. ㅋㅋㅋ
어후 그나저나 내가 케이프다라 너무 디스했네.
이제 좋은 얘기 써야지.
하루종일 물장구 치고 놀 생각에 기분은 다시 좋아지고
간단히 챙겨서 바다 앞에 있는 곳으로 총총총.
첨엔 사람 좀 있더니 30분 쯤 지나니 히히 우리밖에 없어떵.
대륙 분들은 모두 관광 나가셨나봉가.
바다는 해운대가 더 이뻤지만
그래도 풀 앞에 바로 바다라니.
날도 너무 좋아서 제대로 반짝반짝. 물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하고 좋았다.
개구리 아니랄까봐
개구리 다리로 엄청 잘 다니는 차남편.ㅋㅋ
나 책읽고 자고 노닥거리는 동안
오빠는 저렇게 물에 누워 있었는데.
아놔 저러다 엄청 깜시가 되어 돌아왔어..
뭘 하다가 눈을 들면
어김없이 물에 누워있는 오빠. ㅋㅋ
몸 전체가 튜브인가.
읽고싶은 이어령 클리어.
바다가 깨끗하진 않아서 발만 담그고 휘리릭 둘러만 봤다.
어머 오빠 노란 돼지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동 동동 잘 놀고 쉬다가
마지막 밤이니 맛있는 걸 먹자 해서 나갔다.
Mum Aroi
라고 쓰고
자갈치시장
이라고 읽겠다.
이번 여행에서 오빠가 유일하게 가자고 했던 곳이어서 기쁜 마음에 갔는데
하하하
분위기는 그냥 몇백평 짜리 자갈치 시장이고
맛은 그냥 비릿한 해산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곳.
난 쓸데없이 비위가 약해서 진짜 안맞았던 거 같은데
부산남자인 오빠한테도 맛은 별로였나보다.
시킨 음식 중에 새우튀김은 80점.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자네. 튀김은 언제나 옳지.
저 오른쪽 음식은 오징어+한치 같은 생물인데
생전 처음 맛보는 소스 맛에 흐엉? 놀라고 안먹었다.
저 말도 안되게 많은 양의 볶음밥.
가격이 95/400/600 뭐 이렇게 써 있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95밧 짜리는 애기 밥그릇 양이어서 너무 작다고 안된다고 미디엄을 시키라기에 말 들었떠니.
장난하나 이 가시나야 4인분이잖아!!!
그냥 젤 작은거 시켜서 먹을 걸. 새우튀김 빼고 다 남겼어 ㅠ_ㅠ
그래도 현지인 분위기 난다며
사진찍어달라고 또 까불고 킥킥.
사람은 엄청 많았다.
옆 테이블에서 시킨 똠양꿍 냄새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현지인.st 차남편.
대충 집어먹고 이 어이없는 속을 달랠 커피를 마시러 돌핀 스트릿 근처로.
여기 책에서 본 곳이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파타야 번화가는 작아서 한 시간이면 돌 만하다.
커피 한 잔 하고 마지막 마사지 받기로.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맛있네?
아 근데 대륙의 서라운드 볼륨 좀 낮췄으면.
우람한 마누라.st
마지막으로 간 마사지샵에서도 엄청 웃겼는데.
이름이 치바롬 이었나?
여기 와서 받은 마사지 중에 젤 싸고 젤로 시원했다.
아잠마 두 분이서 우리 눕히고 지근지근 발 같은 손으로 엄청 지압해주고 시원하게 슥슥 지나가시는데 진짜 와따!
나 허리 비틀기 못하는데 아줌마가 자꾸 나 허리 비틀어서
샵 떠나가라 소리질러서 ㅋㅋㅋㅋㅋ 우리 넷 다 엄청 웃고.
하아.
지금 떠올리니 다 행복하기만 하네.
돌아와서 마지막 밤이니 칵테일 한 잔?
수영장 앞에 앉아서 쪼록쪼록 마시고 5박 7일간의 대장정 마무리.
공항 갈 때도 벨트레블로 편하게 가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공항에 짐 맡기고 지하철 타고 나와서 터미널 21에 가서 밥도 먹고
렛츠릴렉스에서 발마사지도 받았는데.
역시 마사지는 치바롬 아줌마!
방콕, 파타야.
휴가 정말 잘 보냈다.
컵쿤카 –
다음은 결혼 기념일 여행이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