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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57분부터 19시13분까지

2011/10/13

한남오거리 예전 피자헛건물 4층 벤처빌딩 진짜 넓은책상에 목구부리고 있었던 시간. 내 업무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고,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가장 많은 신경을 쏟아내는 곳이다. 결국 그 쏟아내는 생각들이 결과물이 되어야 하는. 돈받으면서 하고싶은 일 하면서, 가끔 정말 아주가끔. 내가 왜이러고있나 스치듯 불평하면서 노닥거리는 뭐 그런 자리.

비실비실 좀처럼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는 요즘은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생각한다. 내가 사장이었으면, 아니 내 뒤에 앉아계시는 본부장님이 들었으면 배신감느껴질만한 발언이다. 크핫. 근데뭐 다 그렇다구요. 다 그럴껄? 피곤한 퇴근길 벌써 다음날 비슷한시간 퇴근을 기다리는 그런 심리. 그저 놀고 쉬며 유유락락하게 내 인생을 즐기고픈, 저만큼 오랜시간동안 회사에 있었으니까 나도 좀 놀꺼라고 하는 뭐 그런 자기합리화식의 보상심리.

근데 집에가서 발닦고 노닥거려도 풀리지않을 것 같은 피곤한 몸을이끌고 난 왜 여기앉아있나. 난 누구고 여긴 어디? 미뤄놓은 숙제가 한다발이고 하지도 않은 위시리스트가 천갠데…여기서 궁디를 못띠겠다. 커피가 맛있는 것도 아니고 우걱우걱 씹다남은 치아바타가 아까워서는 절대절대 아닌데말야.

어제새벽엔 무슨 흥이 돋았는지 예전에 썼던 일기를 온/오프로 훑었다. 역시 허세와 중2병의 진리는 미니홈피 다이어리. 진짜 내가봐도 어쩜 저런생각을 하고 있었나. 오글거리는 날이 한두날이 아니었다. 그때의 시각은 항상 새벽 2~4시사이. 잠도 쳐안자고 맨날 그렇게 세상돌아가는 걱정, 오지도 않은 내일일 걱정, 순간순간 마음의 병좀 알아달라는 앵앵거림이 끊이질 않았었다.

근데 신기한건. 그때의 고민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는거다. 이건 생산성을 따지고 들었을때 굉자앙히 비효율적인 것으로써 삼시세끼 잘먹은 밥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며 활동하는 몸뚱아리에서 가장 한심하게 소모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흠. 분명 다른 상황, 다른 사람에 얽매인 일이었을텐데 그당시 느끼는 감정과 토해내는 글귀들은 지금과 비슷했다. 사랑받고 사랑하고싶은 원초적 외로움을 토해내던때와 인간의 태생에 대해 고민했을 때와. 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나. 를 고민하며 아사하기 직전까지 홀로 단식투쟁을 하며 생각하고 생각했던 날. 결국 뭐 이런 미친짓을 하고있나 일어나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먹었던 기억도난다.

죽을때까지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겠지. 사람과 섞여사는 이곳에서 사람때문에 아프고 좋고 행복한 감정들은 앞으로 더 많이 쌓이고 쌓여서 소금처럼 어디 남아있겠지. 진짜 쓰다보니 2차성징기를 맞이한 사춘기소녀스럽다.

갑자기 보고싶어. 쨘. 어딨어. 쨘. 할려고 폼잡고있는것도 늙으니 못하겠다. 아 너무 피곤해애앵앵앵. 다크써클닦으며 흔들흔들 요람같은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집에가야게따. 저만큼 회사에 앉아있는것도 오늘 하루는 참 칭찬받아 마땅해. 앉아있기도 힘들만큼의 정신력이었꺼든. 우헤헷.

진짜 탄수화물섭취가 부족해서 그런건가. 봄맞이 졸음처럼 겨울을 달려가는 이 날씨에 하루죙일 노곤노곤이다. 혹시 매일 새벽 두어세네시에 자버릇하는 습관때문에 그런거야? 혹시말야. 그런건가? 크하핫.
그래도 일찍자기엔 너무 아깝다고오 – 회사에서 이런생각으로 일했으면 난 벌써 두어자리는 건너뛰었겠다.

자자, 집에가자. 시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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