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쯤 되니
눈치도 어느 정도 챙기고, 스스로 하는 일도 많아지면서 서로 마음 상하거나 부딪힐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사사로운 잔소리는 제외지만.
(손 씻어라 – 비누로 씻어라 – 문질러서 씻어라 – 충분히 헹궈라 등의 나만 점진적 열이 오르는 사.사.로.운. 잔소리)
그렇게 평화로운 우리 사이에 꿈같은 일이 생겨 매일 아침, 밤마다 감정이 상하고 있다.
이만저만 비상상황이 아닌 것이다.
꿈같은 드림렌즈, 그놈의 드림렌즈가 우리 사이를 방해한다.
내가 워낙 눈이 나빴어서, 시력은 유전이기에 언젠가 일어날 일이겠거니 했는데
작년까지 학교에서 받는 검사도 그렇고 다니면서 가리키는 작은 글씨도 곧잘 읽길래
아 다행이다 아직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근데 올 초부터 물어보는 글씨도 얼버무리고 뭔가 숨기는 것 같아 안과를 데려가보니
0.3에 약한 난시까지..
신체검사는 어떻게 된 일인고 캐물으니 친구들이랑 미리 숫자들을 외웠단다.
아 이놈이증말.
난 국민..아니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 칠판에 알림장을 써 주셨는데
어라. 큰 건 초록색 칠판이고 하얀 건 무슨 글씨지? 눈을 아무리 찌푸려도 알아볼 수 없던 날이 있었다.
이걸 엄마한테 말하면 혼나려나 생각하고(왜?) 한참 후에 말한 기억도 나네.
안경점에 가서 시력검사를 하니 양쪽 0.2가 나왔고 바로 안경잽이 생활 시작.
그땐 시력 교정이고 억제고 그런 정보도 없지만 알더라도 무지막지한 금액임이 분명했기에 엄마도 흐린 눈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빠가 일찍부터 안경을 썻기에 나도 언젠가 쓰겠구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왜?)도 있었고.
여하튼 그렇게 시작한 안경생활은 중학교에 와서 심미적 이유를 들어 소프트렌즈를 허락받아
맨눈인 척 늘 뻑뻑하고 불편하고 가려운 상태의 눈으로 20여 년을 살다가 라식수술을 하고 광명 찾은 이야기.
애도 그럼 안경을 쓰면 되겠지..했는데?
아니 안경 쓰기가 죽어도 싫다고 우는 것이 아닌가? 응?
아니 라떼는 안경 쓰고 싶어서 일부러 눈을 막 혹사하고 빛을 똑바로 보고 그런 애도 있었는데..(느그 아빠)
그래 그렇구나. 너의 의견을 존중하여..
드림렌즈는 솔직히 생각을 안 해봤기에 병원에서 상담하고 주위 사용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대여해서 며칠 사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근데 이게 참.
한 방에 넣고 한 방에 빼는 일이 없다..
내 눈이면 모르겠는데 애 눈이라 더 조심스럽고
눈을 뜨라는데 자꾸 입만 벌리는 애도 웃기고
웃으며 시작하다가 무섭다고 울어버리는 것도 짠하지만
30분째 자꾸 눈을 감아버리고 까뒤집는 애한테 절대 짜증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표정과 한숨으로 모든 걸 표현한 나도 한심스럽고.
이젠 나도 무슨 미션처럼 오늘은 3번만에 성공하게쒀! 라고 맘 속으로 다짐하기도 하고.
밤마다 아침마다 꿈같은 날을 꿈꾸며 전쟁 중인 우리 사이 되시겠다.
오늘 아침에도 40분 정도 정신이 탈탈 털리고 아침 어서 먹여서 보내는 와중에
“주환아, 너무 고생이다 그치? 오늘 종일 생각해 봐. 너무 힘들면 안경을 껴도 괜찮아, 너 안경 껴도 엄청나게 귀여워!”
사실 내가 너무 지쳐서 꺼낸 말이지만 어떻게 좀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흘렸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괜찮아 엄마, 이것도 다 경험이지!”
혼자 긍정왕이다.
하긴, 그 고생을 했지만 종일 세상이 또렷하다고 신난 너한테는 드림 그 자체였을라나.
그럼 오늘 밤엔 제발 눈 까뒤집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