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난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이 지극한 할아버지들을 보면 그렇게 샘이 난다.
저 할아버지 나이까지 좀 살아보지. 아니 조금만 더 지내봐주지.
손주 재롱도 좀 보고 딸이 사주는 생일밥도 더 드시고
희한한 유투브 채널에 빠져서 이런 것 좀 그만 보라고 나한테 타박도 좀 당해보지.
그리움을 샘으로 내보이는 나도 참 못났다.
그렇게 끈끈한 부녀지간도 아니었고
같이 보낸 시간도 많지 않고
그저 늘 아빠가 짠했던 나는
아, 나도 이런데 나중에 우리 애는 어쩌려나
잠시를 못 버티고 안으로 굽는 생각을 해버린다.
이렇게 얕고 얇은 마음을 가지고 어쩌려는지.
오늘이 아빠가 돌아가신 날이다.
아침에 비가 좀 오다가 맑게 개는 하늘을 보니
9년 전 유독 좋았던 그날의 날씨가 생각난다.
애도는 짧은 장례식이 끝난 후부터라고 누가 말이라도 해줬으면.
지금도 아빠를 생각하면 공기가 쓰고 말문이 막힌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마음대로 후회하고 에잇 해버리다가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이런 것도 못 누리고 아프기만 하다 가버려 왜. 하고 한 번씩 생각한다.
울창한 숲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가려니
이 얇은 마음에도 눈물이 들어찬다.
아빠 곧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