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같은 거 없어도 되지않나.
그런 생각을 했던 나이의 세 배에 가까운 나이지만
그 때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단속하지 않고
어딘가 푹 찔러넣은 채 돌아보지 않은 터라 지금도 때때로 떠오른다.
뭐가 문제였을까.
늘 착한아이여야 했고 그런대로 착했던 내 입에서
이혼하면 될 거 아니냐는 말을 내뱉고 엄마의 차가운 웃음을 받아냈을 때,
아, 그러려고 싸우는 게 아니구나. 이상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왜 소득 없는, 결말 없는 끝없는 싸움을 걸고 걸리고 넘어지고 넘어뜨리는지.
오늘은 이만 하면 되었다 싶어 접어뒀다가 다음 날 또 날이 세워지는지.
종일 집에 없던 두 사람이 마주치는 저녁이 되기 전에
먹는 것 씻는 것을 마치고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아예 늦게 들어가는 방법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난 너무나 미성숙한 청소년이라
어른의 무방비한 소음을 흡수하고 받아내고 담아내고,
비우는 법은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기에 그렇게 눌러 즙으로 만들어 울기만 했다.
왜 아무도 내게 사과하지 않지.
저렇게 매일 싸우는데 왜 같이 살아야 하는 거지.
이해하기보다 덮어두고 그대로 어른이 되었다.
그들의 캐릭터라 생각하고. 이유가 있겠지.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감정과 밀려오는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여서, 처음 만나는 어른이 나여서.
엄마가 되면, 어른이 되면 다 알 거라고 너는 나를 이해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나 지금 엄마인데. 사십 넘은 어른인데.
그때의 부모를 이해할 수 없는 좁아터진 마음은 자라지 않았다.
덮어둔 곳에 곰팡이라도 났는지
잊으면 될 것을, 지금 나 살기도 마음 바쁜데
가끔 이렇게 퀴퀴함이 느껴져 들춰보게 된다.
그때의 내가 이해할 수 없던 부모의 시리고 축축한 모습들.
젖어 못 쓰게 된 부분은 잘라내 버리고
없던 기억이 되었다면 지금 난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가끔 상상해 보고 다시 접는다.
침침한 마음이 들지 않게 자랐으면.
그저 밝은 햇살처럼 지내다 세상 풍파 따위 웃음으로 털어버리는 여유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부모의 시린 모습은 가볍게 털어낼 만큼만 기억했으면.
그런 시린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날들이 계속됐으면.
어른이 되어 부모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으로 자랐으면.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욕심이 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