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꿀같던 오사카.
폭발 직전의 업무를 주말도 없이 끝내고 떠나서 그런지, 첫번째 오사카 여행이 너무나 좋아서 다시 갈 수 있는 설렘 때문이었는지.
1년이 지나 다시 사진을 보고 하하하 그랬지 저랬지 웃기도 하고.
여행 직후 블로그에 감상을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한참 지난 후에 다시 꺼내어 추억하는 것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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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익숙한 여행지가 되었다.
지도 없이도,
인포메이션 없이도,
현지의 일상에 파묻혀서 나도 같이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첫째날,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울렛으로 향했다.
다시 가라면 절대 코스에 넣지 않을 곳이지만. 좋아하는 브랜드의 엄청난 할인율은 구미가 당길만 했다.
인포메이션에 가면 이렇게 여행자를 위한 쿠폰북도 준다.
그치만 별로 살 건 없었다는..
마음에 드는 것도 우리의 평균 사이즈는 다 빠졌다는..
평균보다 말리거나 불려야 하는 것인가.
에잇 아무렴 어때.
커피나 마시고 사진이나 찍잣.
노을이 넘어갈 때 쯤, 십여분 정도 벤치에 앉아서 동그란 해가 이제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본다.
제 할일을 다 했으니 푹 쉬세요.
자, 우린 호텔로 갈까나.
호텔은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언제든 노곤하게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예약했다.
처음엔 번화가에서 다니기가 번거롭다며 한소리 하던 오빠도 겁나 돌아다닌 후에 퉁퉁 부은 몸을 풀 수 있는 점에 반해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 훗.
둘째날,
과감히 여행책을 지니지 않고 거리를 나섰다.
지난 2월에 갔던 곳을 다시 가보기도 하고, 맛있어서 그리웠던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이 낮의 일정.
하루를 쪼개고 시간을 쪼개서 나보다 더 많이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즐겁지만.
오빠와의 여행은 늘 이렇게 아는 동네 산책하듯 익숙한척 다니는 게 더 좋다.
허둥지둥 길에서 지도 펴고 포스트잇 붙인 책 보고 하는 게 싫었던 부산남자의 어쩔 수 없는 행보였는지도 모르지만.ㅋ
월요일로 기억된다.
5월의 오사카는 맑고 높고 청량하다.
엑스 다리로 횡단보도 기다리던 아자씨도, 자전거로 화면 뚫고 나올 듯 달리는 아자씨도 모두 감바레.
색색의 자전거가 바지런히 깨끗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이 낯설다.
우리동네 지하철역 앞은 곧 고물이 될 것 같은 것만 서 있거나, 깨끗한 자전거를 세워두자마자 바톤 터치하듯 누군가 타고 가버리거나.
아슬아슬.
난 계속 우측통행 할 것이여. 자네도 행로 바꾸지 말게나.
슝슝 인도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잘도 다니신다.
우리의 스타벅스는 여기에도.
괜히 반가운 마음은 대체 왜..
어머 훈훈한 직딩님들.
벽 찍는 척 하고 렌즈를 돌렸는데 어머 날 보고 웃자나.
부끄럼시롱.
지난 여행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먹었던 우동이 그리워 찾아간 오사카역.
한글로 오사카 에키마에 제3빌딩 이라고 써있네.
저 출입구로 내려가면 고터 지하상가처럼 음식점, 카페, 수퍼 등등이 숨어있다.
찾아따.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어허, 거 먹을땐 폰 내려놓으셔.
헤헷.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냉우동.
탱탱한 면발이 입으로 쭉 쭉쭉쭉 들어오다 하트를 만들지요.
한창 바쁠 점심시간에 가서 그런지 덜 차가운 냉우동이었고, 맛은 있었지만 지난번처럼 경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호로록 면발에 감탄은 했지만.
다음엔 다른 곳을 찾아보자.
아직도 이 날의 바람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5월은 나다니고 싶은 날씨지만 오사카는 더 가볍다.
사람 없는 월요일 낮에 난 여행 중이라니. 그것 만으로 충분히 가벼웠을지도.
오사카역 주변은 유난히 회색빛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빼고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인파를 뒤로 하고 이 날의 목적지인 교토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