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교토에도 고베에도 가보기로 한다.
오사카는 역시 쇼핑이지! 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사실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기에 오감을 물건을 사는 것에 치우치고 싶지 않다.
교토.
하루동안 버스를 마음대로 타고 다닐 수 있는 교통권을 사서 어디를 갈 지 생각하는 시간이 즐겁다.
요런 복잡시런 지도를 볼 때마다 만든 사람이 궁금한 거 직업병인가.
긴카쿠지, 금각사.
아, 이거구나.
정자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만난 나무와 경치가 참 좋다.
이런 걸 보면 일어를 할 줄 알았으면 싶다.
무슨 이야기를 적었는지 궁금해.
처음엔 서너곳을 가보려고 했는데. 숲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봤으니 그냥 기온거리로 가보기로 한다.
만일 이 동네 근처에서 머물렀으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산책길로 다니기엔 그만이겠지만,
넉넉치 못한 일정이 야속할 뿐.
무채색 큰길을 접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면
다른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공기도 바람도 다른 기분이 든다.
5살때인가 청량리에 사시는 이모할머니댁에 가면 항상 길을 잃어버렸었다.
어려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커서 가보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나란 인간은 길을 잃을 수 밖에 없게 생긴 동네였다.
자로 잰 듯 비슷한 폭의 골목길이 하늘에서 보면 미로처럼 놓여 있고
대문도 어쩜 그리 비슷비슷 한 지. 주체성이라고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골목 계획 아래 세워진 동네같았다.
기온 뒷 골목을 발 닿는대로 걸어다닐 때 갑자기 그 청량리 골목길이 생각났다.
지금은 돌아가신 큰 할머니가 2층 계단 입구 전용 의자에 앉아계신 것을 봐야 알 수 있었던 이모할머니댁 동네처럼.
이곳에선 나를 반기는 정표는 없지만
익숙한 공간의 품새가 마음을 놓이게 했다.
다시 큰 길로 나와 봐도봐도 좋은 길들을 눈에 담고.
허기진 배를 채울만한 먹을거리들을 찾아 나섰다.
어딜 기웃거려도 모두 부담스런 정식을 파는 가게들만 보여서
꽤 오랜시간 주저주저 하다 들어간 곳.그래, 이맛도 저맛도 모를 땐 카레지.
오카루.
맛은.
먹을만해. 하하하하하하.
배부른 자의 건강한 웃음.
아. 예쁘다.
기모노 자태에 끌려 간 곳은 당고 파는 곳.
짜고 매운 카레의 기운을 달래니 기분이 하늘을 찌른다.
내 봉다리엔 무엇이 들었나.
모양은 같지만 속은 모두 다를 터.
어디서 마이 본 뒷모습 따라 총총.
다시 교토역으로.
여행하는 동안 현지의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꽤 큰 즐거움.
다음에 올 땐 교토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