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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오사카 여행

2024/05/07

마지막 오사카 여행이 2014년 5월이었으니,
2024년 2월에 떠난 우리 셋 여행은 꼭 10년 만이구나.

주환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그전에 어딜 다녀올까,
바쁘지만 2월엔 결혼기념일이 있으니 비행기를 타볼까 그럼 여름나라? 겨울나라? 비행시간이 짧은 곳?
여러 후보지를 두고 보다 결정한 곳은 오사카.
아무래도 우리 둘이 살랑거리며 다닐 때 보단 아이가 있으니 그에 최적화된 곳으로 가보자 싶었다.
길게 가고 싶지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떨어질지 모르는 자영업자의 현실 자각으로 3박 4일로 결정.

막상 간다니 스멀스멀 추억이 올라오고 괜히 기대가 되고, 떠나기 전의 설렘으로 지내다가
그 설렘은 출발 몇 시간 전 걱정과 불안으로 바뀌어 아 취소해야 하나 싶은 전개로 진행.

아침 10시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라 일찍 자자 싶어 누웠는데,
옆에 있는 주환이가 뜨끈뜨끈 하다.. 설마..아.. 하고 열을 재보는데 39.7도..
기침 콧물 증상이 전혀 없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 항상 고열은 예상 밖의 시점에 온다.
서둘러 해열제를 먹이고 추이를 보는데 잘 내려가질 않는다.
날이 밝고 비몽사몽 애를 데리고 소아과 오픈런.
목이 좀 부은 것 말고는 특이점이 없다는데 열은 그대로인 상황.
비행기는 타야 하니 예상되는 증상의 모든 약을 받아서 출발했다.
이 때부터 시작된 나의 불안과 우울감. 걱정으로 사는 나는 이런 상황에 너무나 약하다.

그래도 우리 셋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니 잘 다녀오자 마음 먹고
엄마 나는 괜찮다고 씩씩하게 신남 그 자체로 붕붕 떠 있는 주환이 보며 떠난다.

 

 

그래도 출발 직전에 38도로 내려와 컨디션이 약간 살아난 상태.
3살 후쿠오카 여행 때 비행기를 타봤지만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이게 첫 비행이라고 너무나 신났다.
이륙할 때, 오 엄마 오 오 뜬다 뜬다 와아~ ㅋㅋ 너무 귀여웠지만 주위 민폐일까봐 진정하라고 입막음. 건너편 분들이 귀엽다고 같이 웃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간사이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라피트 기차 안.
예약은 하지 않았고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라피트 매표소에 가서 구매 후 바로 탔다.
우리 둘이면 아무거나 탔겠지만, 아이가 있는 여행은 빠르고 편한게 최고다.

 

 

첫 날은 뭐 한 것도 없는데 밤이 되었다.
내일 유니버셜 오픈런도 해야 하고, 애도 아직 미열이 있는 상태라
호텔 근처에서 라멘 먹고 일찍 자기로 했다.

호텔은 난카이 난바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Centara Grand Hotel Osaka’ 이었는데
위치, 환경, 룸 사이즈, 수압, 서비스 등 정말 최고로 만족한 호텔이었다.

구글링으로 찾아간 가까운 라멘집인데 생각해보니 여기가 제일 맛집이었다.
주환이가 라멘에 눈을 뜨게 해준 곳.

 

다음날은 대망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일정.
입장권만 살 지 패스를 살 지 너무나 고민을 많이 했지만 오픈런 해서 마리오월드 선착순으로 들어갈 생각에 입장권만 예약한 상태.
나랑 오빠는 연애할 때도 그렇지만 뭐 오픈런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스타일들인데.
잠을 더 자고 야간개장을 갈 지언정 놀이동산 오픈런..? 역시 애가 나를 바꾼다.
그러고선 유투브를 얼마나 찾아 봤는지. 막상 가서는 영상에서 너무나 많이 본 풍경에 감흥도 없고 그런 우리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ㅋㅋ
가시는 분들은 너무 많이 찾아보고 가지 마시길..

6시에 빠딱 일어나서 애 열 체크, 세수만 하고 주섬주섬 챙겨서 지하철 역으로 갔다.
정류장 수는 얼마 안되어서 희망을 품고 가는데..아니 가도 가도 해당되는 역이 나오질 않는다.
우리 호텔은 난카이 난바이고, 유니버셜쪽으로 가는 난바역으로 가려면 정말 체감상 30분은 걸었던 것 같다….
구루마를 챙겨서 지하철 물품보관소에 넣고 갈 걸..이 말을 백번도 넘게 한 듯.
애는 벌써 지쳐가고 나랑 오빠는 여기냐 저기냐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허둥지둥.
어찌저찌 찾아간 역에서 기웃기웃 표를 사고 한 번 환승하여 도착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다른 세상 같았다.
추웠지만 날은 맑고 도착 시간도 이 정도면 양호하다며 긍정회로 돌리기 시작.

우리가 8시 좀 안돼서 도착했는데, 줄 선지 30분도 안돼서 게이트를 열어주더라.
검색해보니 개장시간 전에 열어주긴 하는데 이 날은 좀 더 빨리 들여보낸 듯.
오 이것이 뭔 일? 이제 마리오로 가면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라 빠른 걸음을 장착하는 순간.
“엄마, 배아파…”
나원참ㅋㅋㅋㅋㅋ 밖에선 절대 응가 안하려는 애가 일본 오니 이렇게 달라지나요.
그것도 꾹 참다가 말하는지 마지막 말을 다 끝마치지도 못한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주환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정확히 그 때 마리오월드 입장 마감 됨ㅋㅋㅋㅋ

그래 뭐 다른 곳 둘러보다 가면 된다.
가능한 시간이 뜨길래 11시로 고르고 미니언즈부터 쭈욱 돌다가 들어갔다.

참 잘해놓긴 했다.
인파에 정신 못차릴 정도로 복잡했지만.

샵에서 쿠파 모자를 고를 줄이야.
갑자기 바람 불고 추워졌는데 날씨에 너무나 어울리는 모자였다.

마리오월드에서 3개 탔는데, 기다리는 시간 진짜..
돈으로 시간을 샀어야 한다는 말을 나누며, 챙겨간 간이 의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길게는 2시간까지 군말 없이 기다리는 주환이가 대단하다 생각하며
대단하지만 돌아보면 기대보다는 대단치도 않았던 마리오월드를 나왔다.

놀이동산을 오픈런 하면 이제 내 다리가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애는 자기 다리가 말을 안듣는다 하고, 날씨는 갑자기 체감 영하로 떨어지고, 배는 고픈데 돈이 있어도 사람이 많아 못먹는 상황에 해리포터 레스토랑에 줄이 짧아보여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주환이는 웃겨도 웃지 않았다.
힘들어 다리아파 집에갈래 시전.
아. 내가 해리포터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가기 전부터 속성으로 해리포터 영화도 같이 봤는데,
칙칙폭폭 기차에서 주문도 외워보고 니가 원한다면 마술봉도 사주고 싶었는데 이럴거냐.
이제 진짜 호텔로 갈거다 사정해서 찍은 기차 앞 사진. 저 안쪽엔 가보지도 못함..흑

 

약속대로 호텔로 가서 잠깐 기절하고 나가서 이것 저것 먹고
도톤보리로 구르마 끌고 가서 글리코상 아저씨랑 사진도 찍고

 

오빠가 어딜 막 내려가더니 찾은 스팟.
여기도 줄 서야 한다. ㅋㅋ 저 선에 기막히게 찍은 내 솜씨!

 

이 아가씨는 10년 전 엄마란다.
지금 보니 글리코상 전광판 디자인이 바뀌었구나?
저때의 나는 밝고 말랐구나? ㅋㅋ

 

뭐 먹을래? 물어보면 항상 라-멘!
호텔 옆에 있는 쇼핑몰에 있는 라멘집에 갔는데 윽 너무 짜고 맛이 없었다.
그래도 짠 거 좋아- 하며 맛있게 먹는 어린이..너 최고.
애도 어른도 너무나 피곤해서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었다.

 

3일차 아침.
이제 좀 정신이 들고 애도 활력이 돌아오고 길이 적응됐는데 내일이면 가야한다.
스타벅스가 바로 옆에 있어 매일 좋았다.

 

어제 밤의 도톤보리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글리코상만 보고 후다닥 호텔로 돌아왔었다.
아침엔 괜찮을거라고 슬 걸어가서 맛있는거 먹고 우메다로 넘어가기로.

 

햅파이브의 관람차를 타러 갔는데 기기 점검이 필요하다고 운행 정지된 상태.
전에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서 잘됐다 싶었다.
걷고 걷다 우리 거기 가볼까? 하고 찾은 곳.

10년 전과 외관, 구조 모두 같아서 놀람.

이러나 저러나 피곤한 주화니.
아직 뚜벅이 여행은 너에게 힘들구나.

그래도 갓챠 할 땐 너무나 신나해서 가는 곳마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한국 길거리 뽑기에 비하면 질도 좋아서 나도 만족.

이제 돌아갈까 하는데
오빠가 관람열차 한번 더 가보자고..아니 왜에 그거 점검한다잖아?
그리고 올라갔는데 맙소사 조금 전부터 다시 운행한단다.
나는 괜찮으니 둘이 타고 오렴?
응 안돼.

10년 전엔 이렇게 씩씩하게 탔지만..

올라갈수록 너무 무서워서 사진도 못찍고 정면만 봤다.
주환이는 너무 좋다고 꺅꺅.
그래 너만 좋으면 됐지 뭘.

 

마지막 날 아침은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구글링해서 찾은 근처 카레라멘 집.
오- 한 입 먹자마자 셋이 오- 했다. 맛집!
곧 합정에 체인점이 생긴다는데 오픈하면 꼭 가봐야지.

 

남은 시간 북도 치고 쇼핑도 하고
시간이 없어 남은 돈 야무지게 다 쓰고 공항으로 갔다.

 

왜인지 집에 가는 이 길이 안심이 되는건가.

내내 바라봤던 창 밖 하늘
내내 바라봤던 창 밖 하늘

 

너도 나도 오빠도 고생했고 즐거웠다.
당시엔 신경이 곤두서고 피곤하고 즐거운 마음은 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지나고보니 좋았다.
다음에 간다면 좀 넉넉하게 여유롭게 다녀보고 싶은 마음.

 

사요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