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에서 다시 마드리드로 오니 어둑해 진 하늘이 멋스럽기도 무섭기도 하지만 참 아름답다.
왕궁과 산 안토니오 성당을 둘러보고
구시가와 솔 광장, 마요르 광장 여기 저기 동네 골목을 구경하듯 기웃거렸다.
첫 날 도착해서 걷다보니 마드리드 시내를 모두 알게 된 우리는 심화 복습을 하듯 더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왕궁.
저 노란색이 다 금이여.
비수기라 관광객 입장시간이 일찌감치 끝나고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꼭대기 오른쪽 깃발이 꽂혀 있으면 왕이 계신 거라던데 이날은 출타중이신가봐예.
안챙피해?
응. ㅋㅋㅋ
왕궁 바로 앞에 있는, 대성당은 아니지만 소박한 이 성당은 고야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으로
고야가 남긴 천장화 ‘성 삼위일체에 대한 경배, 성 안토니오의 기적’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성당을 나와 구시가 골목 언덕을 올라가니 산미겔거리가 나온다.
스페인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라는 산미겔 시장은 외관부터 흐엉. 당장 들어가 다 먹어버릴테야!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분이 “여긴 가방을 앞으로 메신 분만 들어가실 수 있어요.” 라고 엄청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ㅋㅋ
그만큼 소매치기도 많은 곳이니 조심. 또 조심. 먹을거에 눈팔리면 그대로 가방 팔린다.
오랜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매손거리에서 저녁을 먹어볼까.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술집, 레스토랑 등 시대는 훌쩍 넘어왔지만 어쩐지 옛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느낌에 마음이 홀홀거렸다.
사실 첫 날부터 의외로 음식들이 입맛에 안맞아서 조금 고생했던 우리는
아 오늘은 정말 맛있는 거 먹고싶다는 맘에 가이드분께 여러 곳을 추천받았다.
그중에 간 곳은 꽃할배도 간 그곳 ㅋㅋ 백일섭 할부지가 노래도 했던 그곳 ㅋㅋ
천장도 버섯버섯.
우리가 먹은 것도 버섯버섯.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밤!
가죽공방에서 산 작은 지갑은 정말 잘 쓰고 있지.
허기를 좀 달래고 나오니.
낮엔 보여주지 않던 하늘빛이 장관이다.
보석을 품고 있다 밤에만 빛을 내어 주는 지 한참을 올려다보고 감탄을 했다.
우리 여기 잘 왔다.
숙소로 가기 전에 따끈한 초콜릿에 찍어 먹는 달달한 츄러스 한 사발.
먹는 내내 옆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아저씨.
분위기 있고 좋았는데, 역시나 연주가 끝나니 들었으면 돈을 내라는 ㅋㅋ
안들리는데영. 못들었는데영.
결혼식과 15시간 비행의 여독이 풀어지기도 전에 마드리드는 이제 마지막 밤.
앞으로 남은 말라가, 바르셀로나 여행이 더 기대되는 건
우리가 큰 기대 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게 이유였다지.
어디서 무얼 하고 무얼 보든 벅찬 감정으로 숨을 한움큼 들이마셨던 기억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