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말라가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차에서 그동안의 피로가 최고로 쌓여 있었다.
나름 긴 일정이라고 생각했으나 넓고 아름다운 유럽에서는 이 조차도 너무나 빠듯한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도시마다 한달씩은 잡고 싶은 맘. 그러지 못할 걸 아니 더 아쉬운 마암.
renfe를 타고 6시간 넘게 기차에서 자다 깨다 읽다 먹다를 반복하고 도착하니 어둑한 저녁이었다.
그놈의 소매치기 썰에 가방 조심하랴 정신 챙기랴 허둥지둥 거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호텔이 역이랑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 도착해서도 그랬지만 바르셀로나에 있는 내내 정말 편했다.
늦은 저녁을 역에 있는 나의사랑 너의사랑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고 다음날 있을 가우디 하루 투어를 위해 꿀잠.
바르셀로나.. 아 우리가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다니. 이 말만 백번 하면서 잠든 것 같다.
새벽에 커튼을 확 제껴뜨만.
유로자전거나라에서 가우디 투어를 신청한 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다녔다.
구엘공원부터 카사바트요, 카사밀라,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까지.
꽃할배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거참 말이 안나올 정도로 대단한 업적을 쌓은 분.
구엘공원.
파도가 넘실 넘실.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 같구먼.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의자에도 함 앉아보고.
타일을 깨뜨려 곡선을 완성시켰다는데, 여기 뿐만 아니라 가우디가 활용한 모든 모티브들은 자연스럽고 참 아름답다.
파도 동굴 속에 등장한 주파수 탐지기 같다.
우리나라 셀카봉 ㅋㅋ
물이 부족한 바르셀로나의 환경을 고려하여 설계된 천장, 공원의 물 순환 구조까지.
꽃할배가 주루룩 앉아서 만졌던 도마뱀.
경쟁자를 물리치고 나도홍호호호홍.
나는 왜 이런 날 하이탑을 신고왔을까.
사서고생.jpg
손시려운데 저 콜라 안마시고 자꾸 나 주고.
구엘공원 한바꾸 돌고 정말 기대기대 했던 사그라다 파말리아로.
이동중에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가니 더 쿵캉쿵캉캉.
한참이나 올려다보고 숙여서 보고 찬찬히 자세히 보았다.
절대 스쳐 볼 수 없는 조각들과 세세한 얼굴 표정 묘사까지.
국민들의 모금으로 완성되어 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2026년 완공 예정이라는데. 다시 볼 수 있을까.
https://youtu.be/Vz9hTyAptMw
해가 넘어간다.
스페인의 하늘은 참 높고 넓다.
바르셀로나 해변도 참 넓고 아름답다.
잠시 쉬어갈 겸 해변 앞 카페에 갔는데.
요로코롬 얌전하던 라떼에
차남편이 그림을 그려놔따.
https://youtu.be/dCZH4OMyCpA
프로포오즈닷!
이라는
말과 함께.
깔깔깔 장난치나지금! 깔깔깔.
거리면서 후루룩 다 잡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뭔가 억울하다.
진짜 이게 프로포즈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아직 하늘은 높다.
티비다보. 언덕 위의 산에 올랐다.
청명한 하늘색이 입체화면같다.
투어를 마무리하는 여정으로 다시 보는 가우디의 건축물들.
바닥도 이쁘기도 하지.
아. 우리 오늘 참 많이 걸었다.
그만큼 꽉 찬 하루.
사실 예정된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님이 골목 여기 저기 야경투어를 무료로 진행하신다기에 좋아서 신청했는데.
아뿔사 토요일.
일요일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쇼핑은 이 날 저녁 잠시 동안만이었다ㅠㅠㅠㅠ
선택은 당연 쇼핑(응?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야경투어를 했어야 했나 싶기도.
생각보다 쏠쏠하지도 않았던 쇼핑보다 추억 하나 더 올릴 시간들로 채울걸 하는 마음.
지난 여행이지만 사진으로 다시 보니 그 때의 기분이 마음이 다시 실룩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