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폭풍 조식 때리고 햇살 맘껏 받아주고.
오늘 하루도 뽕빠지게 다니자고 하이파이브 함 하고.
발랄발랄하게 나섰는데. 날이 흐리다.
그래도 난 발랄하다.
여긴 바르셀로나자나!!
몬주익 언덕 가는 길에 케이블카 타려고 했는데
일요일엔 운행 안한다잖아.
슬퍼하지 않아..
2026년에 다시 오지 뭐..
시티버스 야무지게 타고 올라온 몬주익 언덕.
날이 참 흐렸구만.
몬주익 언덕에서 더 더 올라가면 케이블카를 타고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무서워서 차렷한 거 아니야. 그냥..
자상한 차남편.
나 혼자 신혼여행 갔냐며 할 정도로 절대 사진 안찍고 나만 찍어주는 차남편.
저 두 여인네가 찍사를 알아보고 사진을 부탁한다.
ㅋㅋㅋㅋㅋ
케이블카 쭉쭉 후덜덜 타고 내려오니 맘이 다 시원하네.
훈남 없나.
여기 누드 비치라며.
정말 길다.
오빠 말고 비치가 ㅋㅋ
자전거 구르면서 바다 바람을 맞고 싶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알아보고 렌트해주는 곳에 찾아가서 빌린 것은
쪼만한 전기 자전거.
아놔. 지금도 이 난간만 보면 오른쪽 다리가 후덜덜.
여기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바다 낭떠러지인 곳 앞에서 전기를 붕붕 구르며 잘도 다니다가.
사진 다 찍고 가자앗. 할 때.
나도 모르게 최악의 실수로 저 난간 앞으로 저 묵직한 쇳덩어리 자전거랑 같이 떨어졌.으면 지금 없겠지 난..
진짜 죽을뻔 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낮은 계단 몇 개 굴러서 멈췄고
앞에 사람이 없어서 진짜 만만다행이고.
그 와중에 굴러 떨어진 순간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널부러져 있는 내 위로 머리를 모으고
헤이 왓헤픈 아유크레이지 아유오케이 샬라샬라샬라봉 일으키고 혼자냐며 학생이냐며 어른이냐며 넌 뭐냐며 대체 정신이 있냐며 난리가 났다.
아니 분명 사람이 몇 없었는데 어디서들 나타난 천사들이지.
어머 이와중에 멋있어 님들..
이 사건으로 다리에 빵꾸 상처나고
피 철철 흘리면서 자전거 안 다친 척. 나 엄청 재밌었던 척.
반납할 때 주인 언니가 너네 진짜 신났지? 진짜 최고지 이거??? 하면서 난장 피웠는데
나도 오바하면서 어어 굿굿 이거 진짜 미친 굿이야!!! 하고 얼렁 빠져나왔다.
아픈 다리 질질 끌고 호텔가서 소독하고 피 안멈춰서 엄청 겁먹고 인천공항 도착하자마자 병원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옆에서 어이없어하며 스펙타클 판타스틱한 나와의 여행을 이정도로 무사히 마무리한 것에 감사해 하는 차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움.
그 와중에 이건 먹어야겠다며 호텔가던 중에 내려서 해치웠던 새우.
이거 말고 무슨 생선요리도 있었는데 사진에 남기지도 않은 멘탈이었던 듯. 그 때의 긴박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ㅋㅋ
여행 마지막 날 사건에 마음을 쓸어내리며
조용하고 얌전히 호텔에서 쉬다가 마지막으로 시티 투어버스 마지막 차를 타고
반짝이는 바르셀로나 골목 골목을 돌았다.
여행은 짧아도 길어도 멀어도 가까워도 언제나 설레고 아쉽고 그리운 여정이구나.
결혼기념일마다 짧든 길든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는데,
스페인을 다시 올 수도 있을까.
안녕,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