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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Malaga! 낯선만큼 반짝이는

2015/09/22

스페인 신혼여행을 정해놓고 어디를 몇일 씩 가야하나 고민했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고르고 보니 중간에 하나 더 들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말라가(Malaga).
사실 피카소의 고향이라는 것 말고는 생소한 곳이었고 해변이 유명한 지역이라 겨울엔 별로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치만 여정 중에 한 템포 쉬어가자는 결론만 보자면 참으로 완벽했던 곳.

마드리드에서 renfe 타고 6시간 가까이 이동해서 도착한 말라가는
아. 작은 유럽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멀끔하고 고풍스럽기도 하고 낮에도 밤에도 반짝이는 아름다운 휴양지였다. 
머물 동안 추워서 해변에도 가지 못할 테니 반짝거리는 여름의 휴양지에서 곰처럼 겨울잠을 잘 생각으로 역시나 일정 없이 계획 없이 걷고, 먹고, 쉬었다.

어둑한 오후에 도착해 한 끼 해결하러 나서는 길.
호텔 프론트에서 받은 말라가 시내 지도 한 장 들고 가방도 없이 동네 산책.

 

허이구 총각, 아직 뻘건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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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먼지 하나 없는 듯 바닥도 건물도 깨끗하고 반짝거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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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에스타 시간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 상점은 클로오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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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길 요래조래 잠깐 걷다 보면 보이는 성당.
어딜 가나 지역을 지키는 성당의 존재는 위엄 그 자체.
어둑한 하늘이 배경이라 그런지 시대를 거꾸로 달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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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바로 앞에 있던 레스토랑에 갔다.
종소리도 들리고 이제 잠에서 깨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 도란도란 소리도 들리니 도시가 활기를 띤다.
밖에서 먹으려고 앉았는데 발 밑에 모여드는 구구구 비둘기 참새 천지에 경악하고 안으로.
정말 너희들은 글로벌 표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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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빠에야는 참 질리도록 먹었지만 먹을때마다 키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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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OO MALAGA MUSEO 
문 닫은 시간이어서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날 아침 다시 찾아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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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냥 추워서 이거저거 걸쳤더니 오빠가 자꾸 형돈이와 대준이 잠바라고..
내가 봐도 디게 촌시럽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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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골목을 싸악 돌면, 피카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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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본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 앞에 펼쳐진 복사본의 향연.
표정은 쓸데없이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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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모레 다시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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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해변으로 나가볼까.
가는 도중에 만난 공원엔 산책 나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밤이 되어가니 손시렵고 코도 삑삑 훌쩍거렸지만 손에 쪼코 젤라또 들고 우리도 앉아따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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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형돈이와 대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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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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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니 야자수와 짭쪼롬한 바람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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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쩜 이렇게 아무도 없담!
여름엔 활기를 띠고 몇 천명의 사람들이 지나갔을 이 길.
비키니로 샤랄라거리는 원피스로 예쁘게 물들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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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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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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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다는 너무 무서웠다.
정말 드넓은 바다, 해변에 우리 둘.
낭만은 저 멀리 보내고 사진 몇 장 찍고 언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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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땐 버스로 계속 갔는데, 중간에 내려 광장 쪽으로 가 보니 온 천지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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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뭔지 모르지만 감동한 마음이 벅차 올라 괜시리 뭉클하기도 했던 곳.
이런 마음, 이런 감정을 느끼려고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지도. 
이제 나도 떠나는 데에 용기가 좀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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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 흘러가기 전에 둘이 커피 한잔씩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손 꼭 잡고 집으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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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보이는 말라가.
여기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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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근교에 다녀와도 좋겠다.
그래서 론다(Ronda)로 결정!

조용한 휴양지는 참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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